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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당신의 성묘길은 왜 그렇게 먼가

2026. 9. 16.

죽음을 추방한 나라, 다사 사회를 맞다

올 추석, 당신의 성묘길은 왜 그렇게 먼가

추석 기획 · 3부작

올 추석, 당신의 성묘길은 왜 그렇게 먼가

죽음을 추방한 나라, 다사 사회를 맞다

제1부 · 진단 〈상〉

조상 뵈러 가는 길은 왜 이리 먼가 — 죽음을 골짜기로 유배한 100년

님비를 설계한 것은 국가였다. 1929년 일제는 도시 발전을 이유로 경성의 화장장을 교외로 보냈고 1968년 대한민국은 도시 전역을 장사시설 금지구역으로 선언했다. 1973년에는 장례식장마저 "도심지에서 떨어진 곳"으로 법에 못박았다. 이제 그 낙인을 지우려 화장장 하나에 200억 원을 치른다. 도쿄의 화장장은 주택가에 있다.

올 추석에도 수백만 명이 같은 길을 되밟는다. 귀성길 정체를 뚫고 고향에 닿으면 성묘길이 다시 시작된다. 골짜기의 봉안당, 산기슭의 공원묘지까지 적게는 수십 분, 길게는 반나절이다. 추석은 온 국민이 1년에 한 번 죽은 자의 공간까지의 거리를 몸으로 재는 날이다. 그 거리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 100년간 국가는 도시개발의 이름으로 장사시설을 도시 밖으로 밀어냈다. 그 정책이 만든 거리다. 궤적은 관찬 사료에 남아 있다.

| 두 번 쫓겨난 화장장

출발점은 일제강점기다. 1913년 조선총독부는 묘지 규칙을 만들어 경성부의 매장지를 지정 공동묘지 19곳으로 제한했다. 미아리와 이태원, 신당리의 공동묘지는 조선시대부터 마을 곁에 있던 삶의 일부였다. 1929년 일제는 "경성부의 도시 발전"을 이유로 신당리와 만리현의 화장장을 당시 고양군 은평면 홍제동으로 옮겼다. 이태원 공동묘지 이전을 비판한 동아일보 1936년 4월 18일자 기사가 남아 있을 만큼 당대에도 논란이었다.

해방 후 대한민국은 이 노선을 이어받아 더 밀고 나갔다. 1960년대 서대문 지역 개발이 시작되자 홍제동 화장장은 "도시 내의 부적격 시설"로 규정됐고 1970년 9월 고양군 벽제면으로 다시 밀려났다. 일제가 교외로 보낸 시설을 대한민국이 더 먼 외곽으로 보낸 이중 추방이다. 서울의 공동묘지들도 같은 운명이었다.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가 2012년 펴낸 관찬 기록 「서울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삶」은 이렇게 적었다. "삶의 공간과 죽음의 공간이 분리된 이유는 1960~1970년대를 거치면서 도시 개발과 주거지 확보라는 명목으로 서울시에 있던 공동묘지를 폐지 또는 교외 지역으로 이장시킨 정책 때문이었다."(156쪽) 현재 서울 시내에 남은 옛 공동묘지는 망우리 한 곳뿐이다.

| 법이 만든 금지구역

추방은 법으로 완성됐다. 1961년 제정된 매장 등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은 1968년 개정에서 도시계획법상 주거지역과 상업지역과 공업지역 전체를 묘지·화장장·납골당 설치 금지구역으로 명문화했다. 도시 안에는 죽음의 자리를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같은 관찬 기록의 평가는 담담해서 더 아프다. "위 규정에 따라 화장장, 납골당 등은 교외의 한적하고 외진 곳에 설치되었다. 따라서 이용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고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114쪽)

1973년에는 장례식장 차례였다.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은 장례식장 허가제를 도입하며 그 위치를 "도심지에서 떨어진 곳"으로 법정했다. 이 조항이 1981년 삭제될 때까지 도시지역의 장례시설 공급은 사실상 끊겼다. 1983년 문을 연 첫 합법 전문장례식장조차 파주 용미리 시립묘지 안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규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현행 국토계획법 체계는 일반주거지역에 전문장례식장이 들어서는 길을 막고 있다. 그 결과 국민의 92%가 도시에 살지만 주거지역 안의 전문장례식장은 단 한 곳도 없다.

| 실측 — 새로 지은 봉안당일수록 서울에서 멀다

이 배제가 지금도 작동하고 있음은 실측 데이터로 확인된다. 경기도 장사시설 통계(2026년 3월 말 기준)의 봉안·자연장 시설 좌표를 전수 분석한 결과다. 수도권 시민에게 익숙한 대표 시설들의 개장 연도와 서울시청에서 잰 직선거리를 나란히 놓으면 궤적이 그려진다. 청아공원(고양, 2001년 개장)은 23km, 서현공원(파주, 2012년)은 23km, 하늘안추모공원(양주, 2013년)은 27km, 봉안당 홈(성남, 2017년)은 24km다. 2017년 이전에 문을 연 대표 시설은 모두 서울 30km 안에 있다. 그 뒤가 다르다. 에덴낙원(이천, 2018년)은 50km, 양평추모공원 더포레(2021년)는 67km다. 2018년 이후 새 부지에 들어선 시설 가운데 서울 30km 안은 한 곳도 없다.

표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종교단체 운영 시설을 제외한 경기도 비종교 봉안·자연장 시설 전체로 보아도 서울시청 기준 중앙값 거리는 2000년대 개장 시설 33km에서 2010년대 37km, 2020년대 53km로 계속 밀려났다. 왕복 106km의 성묘길이다. 시설에서 가장 가까운 주거지역 경계까지의 거리도 같은 기간 1.0km에서 2.4km로 늘었다. 가장 가까운 동네 기준으로 걸어서 15분이던 길이 36분이 됐다. 거리를 잰 비종교 시설 99곳 가운데 주거지역 안에 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도심 안에서 확인된 봉안시설은 전부 사찰과 성당과 교회 경내의 종교시설 봉안당이었다. 종교시설이라는 문으로는 도시에 들어올 수 있지만 장사시설이라는 문으로는 단 한 곳도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배제는 정서가 아니라 제도다.

그래픽 | 성묘길은 이미 수십 km, 그리고 점점 더 멀어진다

경기도 비종교 봉안·자연장 시설 연대별 중앙값(서울시청 직선거리)

직선거리 기준(도로 거리는 이보다 김). 종교단체 운영 시설 제외. *더크래스트는 광릉추모공원 단지 내 신관. 자료 분석 메모리얼소싸이어티

| 병원에만 열어준 문

기형은 통계로 드러난다. 전국 장례식장 중 병원장례식장 475곳의 77.9%가 주거지역에 있다. 전문장례식장에 닫힌 문이 병원에만 열린 셈이다. 생명을 살리는 병원이 장례식장을 함께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는데도 병원 측은 병원장례식장이 장례식장이 아니라 의료시설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대법원은 병원 장례식장이 의료시설의 부속용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2005도4592). 이 판단대로라면 일반주거지역의 대학병원 장례식장은 의료시설이라기보다 용도의 근거를 잃은 시설에 가깝다.

| 낙인의 청구서, 200억 원

국가가 찍은 낙인의 계산서는 오늘 세금으로 돌아오고 있다. 화장장 하나를 새로 지으려면 주민지원기금과 운영권을 합쳐 200억 원 규모를 치러야 한다. 광주시는 기금 150억 원에 운영권까지 내걸고도 사업이 20개월 표류하자 주민 동의율 기준을 낮췄다.

양평군은 150억 원을 걸고 유치 공모에 나섰다. 화성 함백산추모공원 주변 주민협의체는 연 100억 원 규모의 수익 구조를 확보했다. 정작 법에는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규정한 조항이 없다. 대법원은 이미 2004년에 "장례식장은 그 자체가 혐오시설이라거나 주변의 주거환경 또는 교육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는 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2004두3576).

같은 아시아문화권인 도쿄는 23구 안 주택가 곁에 민영 화장장이 있다. 파리의 페르라셰즈 묘지와 빈 중앙묘지는 도심의 공원이자 관광 명소다. 문화가 달라서가 아니다. 제도가 달랐을 뿐이다. 유성원 메모리얼소싸이어티 대표는 말한다.

"[기피인식을 씌운 것도 국가입니다. 그렇다면 걷어내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합니다.]" 2012년 서울시의 관찬 기록도 같은 결론을 먼저 적어 두었다. 국가 정책이 "공동묘지가 혐오시설로 낙인찍히고 이러한 낙인이 유지되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156~157쪽)

제2부 · 경고 〈중〉

성묘는 갈수록 멀어진다 — 다사 사회, 장사 인프라의 수급 절벽

2만 기로 10년을 버티던 공설 봉안당이 이제 3년이면 찬다. 사망의 41.2%가 나는 수도권에 화장로는 25.8%뿐이고 원정화장 비용은 관내의 6.5배다. 조성원가 이하의 공설 요금과 증설 반복이라는 복지 프레임으로는 연 40만 다사 시대를 막을 수 없다.

삼일장이 무너지고 있다. 사흘째 되는 날 화장하는 비율은 2019년 86.2%에서 지난해 75.5%까지 떨어졌다. 네 명 중 한 명은 화장로를 배정받지 못해 나흘째, 닷새째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관내 화장시설이 없는 유족은 시신을 싣고 다른 도시로 떠난다. 관내 화장료가 10만 원인 곳에서 원정화장은 65만 원, 6.5배다. 성묘길만 먼 것이 아니다. 장례길 자체가 멀어지고 있다.

| 연 40만 명이 떠나는 시대

다가올 수요는 예고돼 있다. 지난해 사망자는 36만3400명이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는 사망자가 2029년 40만 명, 2040년 53만 명, 2072년 69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은 생애말기 단계의 고령인구가 2025년 29만2000명에서 2050년 63만9000명으로 2.2배가 된다고 추계했다. 한국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압축 고령화다. 고령화에 17년이 걸린 일본보다도 빠르다. 죽음의 인프라를 준비할 시간이 그만큼 짧다.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화장로는 11.4% 늘었지만 사망자는 17.6% 늘었다. 화장률은 지난 4월 월간 95.2%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전 국민이 화장으로 이동을 끝냈는데 화장로가 못 따라가는 구조다.

| 수도권의 절벽

절벽은 수도권에서 가장 가파르다. 전국 사망의 41.2%가 수도권에서 발생하지만 화장로는 25.8%뿐이다. 전국 화장시설 62곳 중 수도권은 7곳이다. 서울의 화장 가동여력은 이미 마이너스 11.7%다. 전북은 플러스 116.2%로 남아돈다. 봉안시설도 마찬가지다. 인천가족공원의 봉안시설은 89.7%가 찼고 2030~31년 포화가 예고돼 있다.

과거 2만 기 규모의 공설 봉안시설은 10년을 버텼다. 지금은 3년이면 찬다. 1부에서 본 대로 신규 입지는 민원비용 200억 원의 벽에 막혀 있다. 수요는 늘고 공급은 막힌 전형적인 수급 절벽이다.

| 복지 프레임의 악순환

왜 이렇게 됐나. 한국은 장사시설의 공급을 사실상 국가가 독점해 왔다. 전국 화장시설 62곳 중 61곳이 공설이다. 공설은 조성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으로 운영된다. 제주 양지공원의 화장장 사용료는 원가의 15.2%다. 한 건을 처리할 때마다 원가의 85%를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다. 2022년 운영 적자는 12억 원이었다. 이용이 늘수록 적자가 커진다.

값싼 공설로 수요가 몰려 봉안시설 안치율은 공설 68.3% 대 사설 26.3%로 갈렸다. 편중은 다시 증설 요구를 부르고 증설은 다시 재정 투입과 민원비용을 부른다.

증설의 길도 이미 막혔다. 양평군은 주민지원금 최대 150억 원을 걸고도 1차 공모에 신청 마을이 한 곳도 없어 세 차례 공모가 모두 무산됐다. 양주시의 2092억 원짜리 화장로 12기 사업은 28개월 만인 올해 백지화됐다. 이천시는 4년 4개월을 끌다 시장 주민소환 시도 끝에 무산됐다.

돈을 얹어도 받는 곳이 없다. 그런데 정작 자리는 남아돈다. 이미 지어진 사설 봉안시설의 잔여 능력은 341만2000구로 공설 잔여 66만8000구의 다섯 배가 넘는다. 같은 규모를 공설로 새로 지으려면 약 1조6000억 원이 든다.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자리는 있는데 값이 수요의 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 산분 정책이 남긴 교훈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방향이 문제였다. 수급 절벽에 몰린 정부는 인프라 확충 대신 수요 억제책을 골랐다. 화장한 유골을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을 제도화하며 목표를 화장자의 30%로 잡았다. 결과는 냉정하다. 지난 1월 산분은 888건, 화장자의 약 3%에 그쳤다. 국민이 응하지 않은 것이다.

화장유골의 토양 무해성 검증 논란이 정리되지 않은 채 시행령 개정으로 서둘러 시행한 정책 프로세스도 되짚을 대목이다. 문제는 장법보다 절차에 있다.

산분 정책의 성적표가 남긴 교훈은 하나다. 수요는 행정이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수요를 받아낼 인프라와 산업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국가가 제도와 공설 공급만으로 틀어잡으려 한다면 남는 것은 장례대란과 장묘대란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공설보다 공급 여력이 큰 민간 중심의 산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 설계도를 3부에서 제시한다.

제3부 · 대안 〈하〉

걸어서 성묘 가는 나라는 가능하다 — 추모문화진흥법과 내수 성장산업으로의 전환

17년 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죽음 돌봄을 1조8300억 엔 규모의 산업으로 키웠다. 시장은 민간에 맡기고 재정은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것이 여섯 나라의 공통 답안이다. 장사법을 추모문화진흥법으로 격상하고 장사제도를 내수 성장산업으로 전환할 때다.

도쿄 23구의 화장장 아홉 곳 중 일곱 곳은 민영이고 상당수가 주택가와 이웃해 있다. 런던의 골더스그린 화장장은 1902년부터 주거지 곁에서 운영돼 왔다. 유족들은 걸어서, 혹은 지하철로 고인을 만나러 간다. 걸어서 성묘 가는 나라는 이미 있는 현실이다. 한국이 못 갈 이유가 무엇인가.

| 여섯 나라의 답안지

본지가 확보한 6개국 비교조사의 결론은 명확하다. 일본과 독일과 영국과 미국은 장사시설을 도시의 정상 시설로 다룬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국가가 수요를 추계해 용지와 공급을 계획적으로 확보한다.

일본의 장례시장은 2024년 1조8300억 엔, 약 16조 원 규모로 한 해 8.2% 성장했다. 도쿄 구부 화장 9만100건의 84%를 민영 화장장이 처리한다. 전국 화장시설 1424곳 중 313곳은 지정관리자 방식으로 민간이 운영한다.

영국은 1902년 화장법에서 주택 200야드 이내 설치를 제한하되 소유자와 점유자의 서면 동의가 있으면 예외를 열어 두었다. 갈등을 민원 대신 절차로 푸는 방식이다. 더 눈여겨볼 것은 최근의 이동이다. 영국에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새로 지어진 화장시설은 민간 44곳, 지방자치단체 2곳이었다. 신규 공급은 사실상 민간이 전담하게 됐다. 지금 한국이 서 있는 지점이 영국의 2008년 언저리다.

독일은 묘지 안장 의무제를 통해 묘지를 기피시설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유지한다.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의 장례규칙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장례기업을 자본시장에 편입시켰다.

뉴욕증시 상장사 SCI의 2024년 매출은 41억8600만 달러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지정한 부지를 입찰로 민간에 공급한다. 2020년 우드랜즈 부지는 약 139억 원에 낙찰됐고 그 자리에 예식장 14실과 봉안 1만5000기의 9층 복합시설이 섰다. 홍콩은 2017년 사설봉안당 면허제로 75개 업체 360만여 기를 제도권 안에 양성화했다.

이 여섯 나라 어디에도 한국 같은 구조는 없다. 복지 프레임과 전면 공영과 생활권 배제가 겹친 3중 구조는 한국만의 이례다. 국가의 역할은 면허와 소비자보호와 계획 공급이지 시설 직영의 확대가 아니라는 것이 여섯 나라의 공통분모다.

| 장사법을 추모문화진흥법으로

대안의 정점은 입법이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매장과 화장의 처리를 규율하는 위생 규제법이다. 이를 추모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로 전부개정해 법의 목적을 규제와 위생에서 진흥과 문화로 격상하자는 것이 이번 시리즈의 제언이다.

법명의 교체 자체가 1부의 결론, 곧 낙인을 씌운 국가가 낙인을 걷어내라는 요구에 대한 입법적 응답이 된다. 주거지역 내 장례식장을 허용하는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 그리고 장사시설의 이름을 추모문화시설로 바꾸는 명명 전환이 각론으로 따라붙는다.

걸어서 닿는 도심의 추모공간에서 명절이 아니어도 일상적인 추모가 가능해질 때 가족과 공동체가 죽음의 기억을 함께 돌보는 사회적 결속이 회복된다.

| 장사제도에서 장사산업으로

두 번째 축은 산업 전환이다. 사망자가 연 40만에서 53만에 이르는 시대가 온다. 그 죽음 돌봄 수요는 재정으로 감당할 복지 비용이 아니라 민간이 키워야 할 내수 성장산업이다. 여기에는 장례복지의 재정의가 전제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보편적 복지의 약속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의 장례는 시민이 소득수준에 따라 자기부담으로 치르는 것이 원칙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몫은 취약계층과 국가보훈대상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공적부조다.

공설 장사시설의 요금도 같은 원칙 위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조성원가 이하의 일률 공급 대신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는 사회서비스로 전환하고 그 재정수입으로 공영장례 지원 등 취약계층 공적부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2부에서 본 공설 저요금발 악순환을 끊는 길이기도 하다.

성장의 근거는 글로벌 시장조사가 뒷받침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360아이리서치의 「데스케어 서비스 시장 글로벌 전망 2024-2030」(2024년 8월)은 한국 데스케어 시장이 2023년 17억1000만 달러(약 2조4000억 원)에서 2030년 32억5000만 달러(약 4조5000억 원)로 연평균 9.5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평균 6.79%의 1.4배다. 미국(5.6%)의 1.7배이고,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9.14%)과 호주(9.26%)보다도 빠르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을 앞서는 나라는 인도와 베트남과 대만 같은 신흥 시장뿐이다. 성숙 경제 가운데는 한국이 가장 빠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데스케어 성장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부문별로는 화장 서비스가 연 10.3%로 성장을 이끈다. 저성장이 일상이 된 한국 경제에서 연 9%대 성장이 예고된 내수 시장은 흔치 않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장사산업을 내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간 이양이 공공성의 포기를 뜻하지는 않는다. 장사시설은 국토계획법이 정한 기반시설, 곧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생활 인프라다(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바목). 민간이 운영하는 사설 장사시설도 준공공재로 인식되어야 하고 그 인식에는 책임이 따른다.

운영주체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매년 이용건수와 이용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봉안당과 자연장이 몇 기를 안치했는지, 앞으로 몇 기를 안치할 수 있는지조차 정보비공개 대상으로 삼는 것이 지금의 행정이다. 수요자도 투자자도 시장의 크기를 볼 수 없는 깜깜이 상태로는 산업으로 진화할 수 없다.

| 민관이 함께 앉는 테이블

이 전환을 기구로 구현하는 것이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추모문화진흥위원회의 발족이다. 위원회는 추모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세운다. 영국의 서면 동의제처럼 입지 갈등을 절차로 조정한다. 민간 산업의 진흥과 함께 요금과 품질을 규율하고 이용정보 공개를 관리한다.

규제를 만드는 자리에 규제를 받을 쪽을 앉히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 이미 표준이다. 보건의료기본법 제21조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심의하는 기구에 공급자 대표의 참여를 법률로 명시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장례지도사 면허제를 설계하며 법정 실무그룹에 기업과 협회와 소비자단체와 지방정부를 한 자리에 앉혔다. 장사 분야에만 그런 자리가 없다. 민간이 2020년 제안한 10개 항목 중 8개, 2022년 제안한 16개 항목 중 12개가 아직 미해결인 것은 제안이 모자랐다기보다 그 제안을 받아 처리할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안전장치도 함께 설계돼 있다. 도쿄에서는 공영 무료 대 민영 9만 엔의 요금 격차가 벌어지자 도쿄도가 검토회 설치를 예고했다. 영국 경쟁시장청은 2020년 이 시장의 문제를 규제의 부재로 지목했다. 민간 공급의 확대는 요금과 품질 규율의 정비와 한 묶음으로 가야 한다는 교훈이다.

민간에 넘기되 국가가 손을 떼지는 않는다. 공급은 산업이 하고 공공은 값과 품질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규제자로 자리를 옮긴다. 취약계층 공적부조와 연계하는 역할까지 담당하는 이 상설 협치의 틀이 다가올 수급 불균형에 국가와 시장이 함께 대비하는 장치가 된다.

유성원 대표는 이렇게 정리한다. "[기피인식을 씌운 것도 국가이니 걷어내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합니다. 시장은 민간에 맡기고 재정은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다사 사회의 진짜 보편 복지입니다.]" 추석의 성묘길이 지금처럼 멀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100년 전 국가가 만든 거리라면 지금의 국가가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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