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빈소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는 것](https://zbpwxkokqffmtaoozgie.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post-images/1789570934120-9a11bthg4pj.png)
무빈소 장례와 직계가족만의 가족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한 리서치 조사에서는 성인 응답자의 71.8퍼센트가 자신의 장례를 빈소 없이 치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비용을 덜고 조용히 고인을 보내려는 선택은 이해할 만하다. 다만 장례에는 유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친구와 동료, 이웃과 지인이 있다. 이들의 의사를 뺀 채 장례의 변화를 말할 수 있을까.
한 사람이 떠나면 고인을 통해 이어져 있던 관계들도 함께 흔들린다. 평소 만날 일 없던 사람들이 빈소에 모여 유족을 위로하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이어갈 관계는 다시 잇고 그렇지 못한 관계는 마지막 인사로 정리한다. 장례식은 죽음으로 느슨해진 관계망을 다시 매듭짓는 자리다. 필자는 이를 관계망의 재배선이라 부른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은 마크 그래노베터가 말한 약한 유대, 곧 느슨하게 연결된 사람들이다. 이들이 서로 다른 공동체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빈소가 사라지면 그 다리가 다시 이어질 자리도 사라진다.
문제는 이 흐름에 제동을 걸 목소리가 없다는 점이다. 조문객이 될 사람은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뒤늦게 부고를 들은 사람은 서운함을 말하지 못한다. 유족은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을 뿐이지만 주변은 이를 관계를 잇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59.1퍼센트가 무빈소 장례의 정착에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답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 계산도 다시 살펴야 한다. 3일장의 비용은 유족이 모두 부담하는 구조가 아니다. 부의금에는 유족이 쌓아온 상호부조의 관계가 담겨 있었다. 무빈소 장례는 지출을 줄이는 대신 그 관계를 회수할 기회도 포기하게 한다. 역설적으로 가장 먼저 고립되는 사람은 유족이다. 이런 선택이 사회 전체로 퍼지면 공동체는 빠르게 와해되고, 그 끝에 고독사와 돌봄 공백, 늘어나는 공공 지출이 있다.
모든 장례를 3일장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간과 규모는 줄이더라도 작별의 기회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 부고는 고인의 관계망에 알리고, 온라인 조문과 추모 모임, 부의 대신 기부 같은 참여의 길을 열어두어야 한다.
빈소를 없애면 장례비의 일부를 아낄 수 있다. 그러나 위로받을 기회와 관계를 이어갈 자리, 공동체가 슬픔을 나누는 통로까지 함께 사라진다. 이제는 장례에 드는 돈만이 아니라 빈소와 함께 사라지는 관계의 값도 계산해 봐야 한다.
메모리얼소싸이어티
유성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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