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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묫자리 사라진다… 서울서 매년 1㎞씩 멀어지는 성묫길

조선일보·2026. 9. 16.

입지 규제·주민 반발에 봉안시설 점점 외곽으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오흥곤(59)씨는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한 추모공원에 모시려 했다. 하지만 1만3000기를 안치할 수 있는 봉안당은 모두 찬 상태였다. 결국 오씨는 차로 1시간 넘게 떨어진 화성시에 아버지를 모셨다. 오씨는 “그래도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며 “주변에는 명절에 성묘 한번 다녀오려면 왕복 3~4시간씩 걸린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작고한 부모 등을 모실 봉안당을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장사(葬事) 시설이 빠르게 차고 있는데 새 시설은 주민 반발 등에 막혀 수도권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의 명절 ‘성묫길’도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본지가 장사 산업 컨설팅 업체 메모리얼소싸이어티와 경기 지역 봉안 시설 93곳 위치를 분석한 결과, 새로 들어서는 봉안 시설은 연평균 1㎞씩 서울 도심에서 멀어진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2020년 이후 경기도에 새로 들어선 봉안 시설 12곳은 서울시청에서 53㎞(거리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봉안 시설 기준) 떨어져 있었다. 2000년대 경기도에서 개장한 봉안 시설 31곳은 서울시청에서 33㎞ 떨어져 있었다.

20년 사이 서울에서 20㎞가량 멀어진 것이다. 2001년 문을 연 고양 청아공원과 2012년 개장한 파주 서현공원은 서울시청에서 거리가 모두 23㎞다. 2017년 문을 연 성남 봉안당 홈도 약 24㎞ 거리다. 반면 2018년 개장한 이천 에덴낙원 봉안당은 50㎞, 2021년 문을 연 양평추모공원 더포레는 67㎞ 떨어져 있다.

성묫길을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졌다. 2017년 이전 문을 연 경기 지역 봉안 시설 5곳(청아공원, 서현공원, 봉안당 홈, 하늘안추모공원, 추모공원 휴)은 서울시청에서 자동차로 왕복 2시간 45분이 걸렸다. 반면 2018년 이후 개장한 대표 시설 2곳(에덴낙원 봉안당, 양평추모공원)은 왕복 3시간 46분이 걸렸다. 성묫길이 1시간가량 길어진 것이다. 추석 등 명절에는 교통량까지 늘어 실제 이동 시간은 이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사 시설이 서울에서 점점 멀어지는 배경으로 입지 규제와 주민 반발을 꼽는다. 1977년 시행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주거·상업·공업 지역에 묘지·화장장·납골당 등을 설치하지 못하게 했다. 장사 시설이 도심에 들어설 수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도시 외곽에 새 시설을 지으려 해도 주민 반발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 경기 양주시는 의정부·구리·포천 등 인근 5개 시와 2092억원을 들여 2023년부터 화장로와 봉안당 등을 갖춘 공동 장사 시설을 추진했지만 지난 4월 백지화했다. 주민 반발로 유치 신청을 철회한 것이다. 양평군도 2021년과 2024년 두 차례 종합 장사 시설 후보지를 공모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문제는 앞으로 장례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망자는 36만3400명이었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연간 사망자는 2040년 53만3000명, 2060년에는 74만60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수도권 공설 봉안 시설은 이미 만장됐거나 포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양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봉안당은 이미 자리가 모두 찼다. 성남시립 하늘누리 제2추모원도 만장됐고, 제1추모원은 약 88%가 찼다.

비교적 최근 조성된 장사 시설도 사정은 비슷하다. 화성시에 따르면 2021년 개장한 함백산추모공원 봉안당은 2만9382기를 수용할 수 있는데, 이미 2만8376기 이상 찼다. 인천가족공원 봉안 시설도 89.7%가 찼고,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30~2031년 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용인·하남 등 다른 지역 공설 봉안 시설도 5년 안에 모두 찰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유성원 메모리얼소싸이어티 대표는 “장사 시설 확충이 늦어지면 10년 안에 심각한 수급난을 겪을 수 있다”며 “장사 시설을 혐오 시설로 보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