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안] 장사시설 이용건수 공시 의무화](https://zbpwxkokqffmtaoozgie.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post-images/1783149320967-efcmd7opufr.jpg)
1. 제안 배경과 현행 법제의 한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바목은 장사시설을 보건위생시설의 하나로 명시하면서 이를 국가 기반시설(基盤施設)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6호는 보건위생시설의 구체적 범위를 "장사시설·도축장·종합의료시설"로 규정하였고, 다시 시행령 제2조 제3항의 위임을 받은 국토교통부령은 장사시설을 화장시설, 공동묘지, 봉안시설, 자연장지, 장례식장으로 세분하였다(국가법령정보센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결국 장사시설은 도로·항만·상하수도와 동일한 위계에서 법령이 명시적으로 지정한 국가 기반시설이라는 법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
기반시설의 법적 성격은 그 자체로 강한 공공성(公共性)을 내포한다. 도시계획법제 일반론에 비추어 보면 기반시설은 일반 사인의 임의적 처분에 맡겨질 수 없는 공공재적 자산으로서, 운영 실태에 대한 정보 또한 국민이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가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그러나 현행법은 기반시설 일반에 대하여, 그리고 장사시설에 한정해 보더라도, 운영자로 하여금 연도별 가동실적이나 운영현황을 국민에게 공시(公示)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물론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37조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장사시설의 안전관리·보건위생·운영실태에 관한 점검 권한을 부여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법인묘지·사설화장시설·사설봉안시설·사설자연장지의 설치자·조성자·관리자 또는 장례식장영업자로 하여금 매장·화장·봉안·자연장의 상황 또는 장례식장의 관리·운영상황 등을 관할 시장 등에게 보고하도록 정하였다(국가법령정보센터,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37조). 그러나 이는 행정기관 내부 보고 의무에 그치는 것으로서, 국민이 직접 접근하여 비교·검증할 수 있는 공개 공시 체계와는 법적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한 사후적 정보공개청구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청구인의 개별 신청을 전제로 한 수동적 공개 제도로서는 기반시설의 공공성에 부합하는 상시적 정보 접근권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하였다.
그 결과 전국의 장례식장·봉안당·화장시설을 포함한 장사시설 전반과, 나아가 보건위생시설 전체에 대하여 국민이 운영 규모와 실태를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공시 체계는 사실상 부재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 현행 체계가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
첫째, 이용자 측의 정보 비대칭이 구조적으로 고착되어 있다. 유족은 사망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취약하고 경황 없는 순간에 시설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지만, 정작 의사결정에 필요한 연간 이용건수, 가동률, 서비스 수준, 가격대별 사용권 분포와 같은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로 시설을 선택하여 왔다. 이는 소비자 주권의 기초가 되는 정보 평등(情報 平等)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둘째, 시설 수급 계획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았다. 수도권 봉안시설의 경우 사망자 수 증가와 화장률 상승이 결합되어 2040년대 초반 용량 포화가 예측되고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공신력 있는 전국 단위 공개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사업자는 동일한 정보를 개별적으로 재수집하고 추계하는 중복 비용을 부담하여 왔으며, 그렇게 산출된 자료마저도 공통의 검증 기준을 결여한 채 정책 수립과 사업 의사결정에 활용되어 왔다.
셋째, 행정 투명성과 사후 감독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국가가 허가하여 운영되고 있는 기반시설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국민이 알 수 없다면, 허가권자인 행정청에 대한 시민적 감시와 평가 또한 불가능하게 된다. 이는 결국 허가권 행사의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부실 운영에 대한 행정청의 사후 대응을 지연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넷째, 현금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장사시설의 거래 특성상 매출 누락에 따른 조세포탈 위험이 상존하여 왔다. 운영 실적이 공개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과세 당국조차 시장 평균과의 비교를 통한 이상치 탐지가 곤란하다는 점에서, 조세 정의(租稅 正義)의 관점에서도 운영현황 공시는 시급한 과제로 평가될 수 있다.
3. 개선방안
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한 공시 근거 조항 신설
기반시설 운영현황 공시 의무의 일반적 근거는 모법(母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두는 것이 입법체계상 가장 합리적인 형식이다. 구체적으로는 같은 법 제43조(도시·군계획시설의 설치·관리) 또는 별도의 신설 조항에, 기반시설 운영자(민간 운영자를 포함한다)는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매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연간 가동실적과 운영현황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고하고 이를 공시(公示)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의무 조항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기반시설은 본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자산으로서, 사적 운영자라 하더라도 그 운영 실태에 관하여 공익적 정보공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하다.
나. 개별법령 연계 개정을 통한 공시 항목의 구체화
모법의 일반 원칙을 받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개별 관리법령에서 시설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공시 항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장사시설의 경우 다섯 가지 항목을 필수 공시 사항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연간 이용건수(시설 유형별, 안치 형태별로 구분). 둘째, 시설 가동률(허가 또는 등록된 수용 능력 대비 실제 사용 비율). 셋째, 총 수용 가능 용량 대비 잔여 용량. 넷째, 서비스 요금 현황(주요 가격대별 표시, 부대비용을 포함한다). 다섯째, 시설 유지·보수 이력 및 안전점검 결과이다. 이러한 항목들은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 정책당국의 수급 관리, 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 모두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핵심 지표라 할 수 있다.
다.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정보공시의 즉시 정상화
장기적 입법과제와는 별도로, 현재 운영 중인 정보 인프라의 비정상적 운용을 우선 시정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위탁운영하고 있는 장사지원센터(e하늘 장사정보시스템)는 매년 장사 업무에 관한 통계를 공개하여 왔으나, 현재의 공개 범위는 시·도 단위의 요약 자료에 국한되어 있으며 시·군 단위와 개별 시설 단위의 자료는 누락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행정청의 공개 범위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오히려 후퇴하였다는 점에 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개별 시설별 연도별 이용건수가 공개되어 왔으나, 2022년부터는 "법인의 영업비밀"이라는 사유로 개별 시설별 이용건수가 비공개로 전환되었고, 현재는 총 안치능력만이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비공개 전환은 법리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첫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7호는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이를 공개함으로써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한정하여 비공개를 허용하고 있다(국가법령정보센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즉 영업비밀 일반이 모두 비공개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개로 인하여 정당한 이익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비공개가 허용된다는 의미이다.
둘째, 개별 시설의 연도별 이용건수는 그 자체만으로 시설의 매출액을 추정할 수 있는 직접적 자료가 되지 못한다. 봉안시설을 예로 들면, 분양 가격대가 시설 내부에서도 수 배 차이를 보이고, 분양 시점과 사용 시점이 분리되며, 관리비 등 부대 수익 구조 또한 시설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이용건수만으로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산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용건수의 공개가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장사시설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바목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국가가 기반시설로 지정한 공공재적 자산이며, 그 운영현황은 본래적 의미에서 영업비밀이 아니라 공공이 알아야 할 운영 정보의 성격을 갖는다.
결국 2022년 이후의 비공개 전환은 법령의 명문 규정과 그 해석 법리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행정 운용으로서, 행정 투명성의 자의적 후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합 공시 플랫폼의 단계적 구축에 앞서,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의 장사 통계 메뉴에서 개별 시설별 연도별 이용건수를 즉시 재공개하여, 2021년까지 유지되어 온 공개 수준을 회복하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
라. 미공시 및 허위공시에 대한 실효적 제재 수단
공시 의무는 그 위반에 대한 비례적이고 단계적인 제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갖는다. 정당한 사유 없이 공시를 기피하거나 허위 정보를 공시한 운영자에 대하여는 1차적으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며, 반복적·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허가 조건 위반을 사유로 한 영업정지 또는 허가취소까지
4. 기대효과
첫째, 국민의 시설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된다. 공시된 가동실적과 서비스 현황을 토대로 유족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됨으로써, 그동안 정보 취약 상태에서 시설을 선택해야 했던 구조적 불이익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알 권리의 구체화이자, 「소비자기본법」이 추구하는 정보 제공받을 권리의 실질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둘째, 기반시설 수급 계획의 과학적 기반이 마련된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연도별 가동실적을 정량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지역별 수요 포화 시점을 사전적으로 예측하고, 신규 허가 및 증설 여부를 객관적 근거에 기반하여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복 투자와 행정 자원 낭비를 방지하는 정책 효율화에 기여할 것이다.
셋째, 민간 투자 환경이 개선된다. 프로젝트금융(PF), 자산유동화금융(ABL), 부동산투자회사(REIT) 등 다양한 금융 구조를 통하여 장사시설을 포함한 사회 기반시설에 투자를 검토하는 기관투자자는, 현재 개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정보 수집 비용과 실사 리스크가 절감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신뢰할 수 있는 공식 통계의 존재는 자본시장의 투자 의사결정 비용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요인이며, 이는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입을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넷째, 행정 투명성과 사회적 신뢰가 제고된다. 기반시설 운영 실태가 상시적으로 공개됨에 따라 허가권자의 관리·감독 책임이 강화되고, 일부 지역사회에서 장사시설에 대하여 형성되어 온 부정적 인식 또한 객관적 정보의 축적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조세 투명성이 제고된다. 연도별 이용건수와 가동실적이 공시됨으로써,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장사시설업의 매출 누락 시도 자체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과세 당국으로서도 공시 자료와 신고 자료의 상호 검증을 통하여 조세포탈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성실 납세자에 대한 형평성 보호 효과까지 함께 가져오게 된다.
여섯째,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정책 역량의 데이터 인프라가 형성된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연간 사망자 수는 향후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사시설 수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공시 체계는 국가 차원의 생애말기 인프라 정책 수립에 필수적인 데이터 토대로 기능하게 될 것이며, 향후 추진되어야 할 화장시설 확충, 자연장 활성화, 추모공원 입지 합리화 등 종합적 정책 의제의 실증적 출발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5. 결론
기반시설은 국가가 그 공공성을 인정하여 별도의 도시계획적 통제 아래 둔 시설이며, 이러한 시설의 운영 실태에 관한 정보는 그 자체로 공공적 성격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제는 기반시설 운영자에게 국민에 대한 상시적 공시 의무를 부과하지 아니하여, 시설 이용자, 정책 당국, 자본시장, 과세 당국 모두에게 광범위한 정보 결핍을 강제하여 왔다.
본 제안은 모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공시 의무의 일반 근거를 신설하고,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등 개별법령에서 시설 유형별 공시 항목을 구체화하며,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과 도시계획정보시스템을 활용한 통합 공시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기반시설 수급 정책의 과학화, 민간 투자 환경 개선, 행정 투명성 제고, 조세 정의 확보, 그리고 초고령사회 대응이라는 다층적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입법 과제로서, 2026년 정책 개편 시기에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라 판단된다.
처리기관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 노인정책관 노인지원과)
처리기관 접수번호 2AB-2605-0011311
접수일 2026-05-29